오늘은 우리가 흔히 “환경을 위해” 사용한다고 믿는 텀블러가 정말로 일회용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매일 아침 카페에서 커피를 사며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착한 소비자’라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환경적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텀블러는 ‘착한 소비’의 상징일까? , 생산 과정의 숨은 그림자
텀블러는 이제 ‘환경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카페에서도 ‘텀블러 지참 시 300원 할인’ 문구를 쉽게 볼 수 있고, 미디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친환경템” 해시태그와 함께 예쁜 텀블러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 텀블러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환경에 완전히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텀블러의 대부분은 스테인리스, 유리, 플라스틱, 실리콘 같은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이 재료들은 각각 채굴, 제련, 가공, 운송 과정에서 탄소와 미세먼지, 폐수를 배출합니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텀블러 하나를 만들 때 드는 에너지는 플라스틱 일회용컵 약 50개 이상을 생산할 때 필요한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즉, 한 번 쓰고 버린다면 오히려 일회용컵보다 환경 부담이 훨씬 크다는 의미죠. 또한, 텀블러 내부 코팅제나 실리콘 패킹 같은 부속품은 분리 배출이 어렵습니다. 결국 버려질 때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복합폐기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많은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그늘’입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텀블러가 환경에 좋다”는 인식이 유지될까요?
그 이유는 ‘반복 사용 전제’ 때문입니다. 서울환경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텀블러를 약 20~30회 이상 사용할 경우 일회용컵보다 탄소 배출량이 낮아진다.” 즉, 꾸준히 사용하면 초기 생산 시 발생한 환경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문제는 실천입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텀블러를 구입한 사람 중 60% 이상이 한 달 이내 사용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세척이 번거롭거나 들고 다니기 무겁다는 이유 때문이에요. 실제로 저 역시 처음엔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며칠 지나면 가방 속에서 묵직하게 자리 차지하는 텀블러가 점점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텀블러는 결국 ‘착한 소비’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소비의 대상이 된 건 아닐까요? 환경을 위해 사지만, 제대로 쓰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역설적인 존재. 이 아이러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사용하는 습관’이 필수입니다.
결국 텀블러의 진짜 가치는 몇 번을 반복 사용했느냐로 결정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척’이 아닌, 정말로 일상 속에서 사용이 이어지는 루틴이 되어야 비로소 텀블러는 일회용컵보다 환경에 좋은 선택이 됩니다.
직접 실험! 일주일간 텀블러 vs 일회용컵의 실제 비교 결과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일주일은 일회용컵만 사용, 그다음 일주일은 텀블러만 사용하며 매일 사용한 컵의 개수, 버려지는 쓰레기량, 물 사용량, 편리함, 불편함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1주차 – 일회용컵 주간> 출근길마다 커피 한 잔, 점심 식사 후 아메리카노 한 잔, 하루 평균 2~3개의 일회용컵이 나왔습니다.
컵, 뚜껑, 빨대, 홀더까지 모아보니 일주일간 총 21개의 컵이 버려졌습니다. 부피로 보면 쓰레기통 절반을 채울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버렸던 컵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무게를 재보니 21개의 컵이 약 420g. 하루 커피 한 잔이 한 달이면 1.8kg, 1년이면 약 22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이 수치는 한 개인의 문제로 보기엔 꽤 크죠. 게다가 종이컵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내부에 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어서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즉, 종이컵이 아니라 사실상 ‘플라스틱컵’인 셈입니다.
< 2주차 – 텀블러 주간 > 이번에는 텀블러 하나만 사용했습니다. 하루에 2회 세척(아침, 저녁), 일주일 동안 총 14번 물을 사용했습니다. 한 번 세척할 때 약 1리터 정도의 물을 썼으니 총 14리터. 반면 일회용컵 21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약 52리터에 달합니다. 즉, 생산 단계까지 포함하면 텀블러가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또한 카페에서 “텀블러 가져오셨네요?”라는 직원의 말이 생각보다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사소하지만 ‘내가 환경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겼어요. 다만 불편한 점도 분명했습니다. 매일 세척해야 했고, 음료가 다 떨어져도 텀블러 안의 커피 냄새가 남아 있었죠. 특히 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담았을 땐 반드시 바로 씻어야 냄새가 안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이 끝났을 때, 쓰레기통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텀블러의 세척 불편함보다, 쓰레기를 덜 만들어냈다는 안도감이 더 컸어요. 이 실험을 통해 느낀 건, “텀블러가 환경에 좋은가?”의 답은 단순한 예/아니오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용 패턴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자동으로 텀블러를 챙기는 루틴이 만들어지면, 그 순간부터는 환경에도, 나의 소비 습관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진짜 친환경이란 무엇인가 – ‘습관으로서의 실천’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하면서 깨달은 건 진짜 친환경은 제품이 아니라 습관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텀블러 자체가 환경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가 환경을 바꾸는 거예요. 처음엔 단순히 “일회용컵을 줄이자”는 목적이었지만, 조금씩 생활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장 볼 때 장바구니를 챙기고, 배달 시 일회용 수저를 거부하고,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들고 다니게 되었죠.
텀블러 하나가 환경적 자각의 출발점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텀블러=무조건 친환경’이라는 공식은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매년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새 텀블러를 사는 건 사실상 또 다른 과잉 소비입니다. 진짜 친환경은 “오래 쓰는 것”이에요. 하나의 텀블러를 몇 년씩 사용하고, 세척이 귀찮더라도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이 환경 보호보다 더 큰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공유의 문화’입니다. 최근 일부 카페에서는 공용 컵 리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오지 않아도, 세척 가능한 다회용 컵을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방식이죠. 이런 시스템은 개인의 노력에 더해 사회적 친환경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우리는 물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습관과 문화로 환경을 지켜야 합니다.
텀블러는 그 시작일 뿐, ‘내가 매일 어떤 선택을 반복하느냐’가 진짜 친환경의 핵심입니다. 매일 커피를 마시더라도, 일회용컵 대신 내 컵을 챙기는 선택 그 작고 단순한 행동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듭니다. 환경을 위한 선택은 결코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매일의 선택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방향을 택하려는 노력, 그것이 진짜 지속 가능한 친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